뒤늦게 백분토론 400회를 보았다.

금요일에 시험 보고 오후에 놀면서 보았다. 400회 특집이라 그런지 멤버가 화려한긴 화려하더라.
사람들이 다들 기가 세서 손석희 씨가 정말 고생하셨다.
결국엔 시간 부족으로 소화불량인 채 끝났지만 재미있는 토론이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두 번 보았다.

모처럼 재미있게 보았기에 개인적인 인물평을 해보려 한다.

유시민 - 항간의 평을 따라 확실히 부드러워 졌다. 이런 이미지가 아니었는데? 완숙미를 더해 '유보살'이라는 칭호를 획득했다. 나이가 들은 건가? 아니면 설마, 대권 노리나? 지나치게 노무현과 오버랩되는 경향이 있지만 그래도 백토에서 보여준 이미지 정도면 속은 셈 치고 표를 찍어줄 수도 있겠다 싶었다. 토론을 이끌어 나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그릇을 보여준 진정한 승리자.

진중권 - 그 극에 달한 언변은 여전했다. 본인이 말하듯 진짜 좌파. 개별적인 경제 주체의 자율적인 성장활동 촉진, 같이 미완성된 이상을 들고 나오다니...언제나 그렇듯이 한 발 앞서 나가 있다. 그야 이 정권이 촛불집회에서 그런 결론을 도출해 낼 리가 없지. 아니 그런 걸 상상하는 사람이 당신 같은 좌파 말고 몇이나 되겠어. 경기 부양을 할 것이 아니라 비젼을 제시해야 한다는 말은 옳은 말이지만 정치적으로서는 가치가 없는 말이다. 당장 경기가 살아나야 지지율이 올라간다니까. 나는 이 사람이 안타까워서 아름답다고 느낀다.

나경원 - 여자들이 존경하는 정치인 1위였나? 왜 그런지 알 것 같다. 어제는 십자포화를 당해서 일찍 체력을 소모하고 결국 짜증을 내긴 했지만 전반적으로 안정적이라는 느낌을 준다. 그렇지만 결국엔 듣기 좋은 말만 하는 게 이 사람의 한계다. 그게 여실히 드러난 것이 좋다와 보통이다를 합치면 49%라는 어이없는 통계 해석법인 것이다. 뭐, 그건 나름대로 어필할 수 있는 계층이 있으니 상관없겠지. 정치인으로서는 뛰어난 사람이다.

전원책 - 가르치려는 말투와 자기 하고 싶은 말만 하는 태도 등 토론에 임하는 태도는 역시 문제가 있지만 어제는 그나마 나았던듯 하다. 항간에선는 팀킬이라고 하는데 그렇지 않다. 좌파도 다 같은 좌파가 아니듯이 우파도 다 같은 우파가 아닌 것이다. (진중권은 좌파고 유시민이 '조금 좌파'이지 않은가?) 이 사람은 자칭하는 대로 정통 보수인 것 뿐이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적어도 이분과 의견을 같이하는 15%의 국민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사람의 존재의의는 거기에 있다.

신해철 - 말도 제법 잘 하고, 비유도 좋았지만 '가치'에 대해서만 말하더라. 거기가 이 사람의 한계인  것 같다. 훌륭한 독설가. 박정희-전두환 발언에서 이 사람의 내공을 알 수 있다. 물론 좌파들은 박정희나, 전두환이나 그놈이 그놈이라고 말하겠지만.

김제동 - 손석희 씨가 중간중간 꽤 배려해 주었는데도 영 불편해 보였다. 본인도 말했듯이 거대담론에는 관심이 없는 듯 하다.  나경원과 같이 듣기 좋은 말을 잘 한다. 거기서 이 사람의 말솜씨를 알 수 있다. 이 사람의 의의는 일반인1로서 왼쪽에 앉았다는 것에 있다.

제성호 - 진중권이나 유시민이 남의 말을 논파하기 위해서 경청한다는 비아냥을 듣긴 하지만 이 사람은 그 것조차 하지 않는다.자기 나름대로의 논리가 있고 그건 그것대로 완성되어 있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느끼는 거겠지. 단적인 예로 이 사람은 다른 사람이 발언을 할 때 전혀 적지 않는다. 자기가 옳기 때문에 남을 인정하지 않는 거다. 이 사람 성격을 알 수 있었던 건 랭크쇼에서 올해의 이슈를 꼽아보라고 했을 때였는데, 이승환이얘기했던 북한문제를 다시 언급하면서 '자기 건 남의 거와 다르다'고 말하는 거하고 다음으로 유시민이 김연아 얘기를하자 '나도 그거 말하려고 했는데'라고 칭얼대는 모습에서 였다. 논리 자체에 큰 문제는 없다.

전병헌 - 국회의원이라는 딱지가 없었으면 보통으로 쳐 주겠지만 국회의원으로서는 별로였다. 자기 할 말은 하고 적당히 분위기를 탈 줄도 알지만 옆에 있는 사람들이 워낙 쟁쟁해서 그런지 영 빛이 안 났다. 나경원과 비교해도 밀린다는 느낌이다. 야당이 인재 부족이라는 말이 과언이 아니다. 하기야 지난 대선 후보가 정동영이었지.

이승환 - 이 사람 색깔은 전원책과 제성호를 섞은 데서 약간 전원책 쪽에 가까운 것 같은데 변호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말을 못 해서야.....대북문제나 교과서 관련해서는 그나마 자기 생각을 어필하려고 시도는 했다. 설마 '변호인, 발언하세요.'라고 기회를 줘야 스위치가 켜지는 건가? 이 사람의 의의는 일반인2로서 오른쪽에 앉았다는 것에 있다.

by 9번환자 | 2008/12/20 17:51 | 한화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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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kiekie at 2008/12/21 10:18
저는 TV에서 민망한 장면이 나오면 아아아아- 하고 소리를 지르며 방안으로 뛰어들어가는 소심하기 짝이 없는 사람입니다. 괜히 저까지 부끄러워져서 도저히 보고 있을 수가 없더군요.
이번 400회 100분토론이 그렇게 재미있다고 해서, 다시보기를 켰는데...
처음 패널 소개할 때 신해철 차림을 보고 아아아아- 하면서 얼른 꺼버렸습니다 ㄱ-

9번환자님의 리뷰를 보니 꼭 보고 싶어지는군요.
오늘 다시 시청을 시도해봐야겠어요OTL
Commented by 9번환자 at 2008/12/22 15:55
토론에 복장을 따질 필요는 없겠죠. 뭐, 그 옷은 저도 잘 이해할 수 없는 센스이긴 했습니다만.(옷이 나쁘다는 게 아니라 신해철 씨랑 별로 안 어울린다는 의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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