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애니의 정체성을 잘 드러내주는 OP의 한 장면
배틀 프로그래머 시라세, 통칭 BPS는 히어로물이다.
주인공 시라세 아키라는 28세 미혼에 대학생이라는 이름의 백수.
생활 능력도 없고 초등학교 5학년인 조카손녀의 치마속이 궁금한 오타쿠 청년이다.
그러나 그 실체는 업계의 전설적인 프로그래머이자 해커.
여기까지는 통상의 히어로물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무척 조용하다.
변신 씬도 없고, 필살기도 없으며 거대한 악의 조직도 등장하지 않는다.
(아니 있긴 있지만, 히어로물 특유의 그런 것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이고 소박한 것이;;)
주인공에게는 정의감도 없고 그렇다고 심각한 고뇌도 없다.
"난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안 하는 주의라서."라고 말하면서도 "하고 싶은 일이 뭐야?"라고 묻는 말에는 입을 다문다.
눈 앞의 폭발 사고에도 별 관심이 없고,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보면서 '큰일이구나'라고 중얼거릴 뿐이다.
자신의 일인 맞선조차도 보기 싫어서 방 구석으로 도망쳐서 현실 도피를 꿈꿀 뿐이다.
게다가 능력이 있어도 웬만해서는 일을 하려고 들지 않는 귀차니스트이다.
그의 관심은 바쁜 부모 대신 자신에게 와서 외로움을 달래는 조카 손녀와 컴퓨터, 그리고 동인상품 뿐이다.
초등학생인 조카손녀에게조차 같이 밥 먹자는 말도 못하고 현실의 여자랑은 사귀어 본 적 없는 그야말로 겁쟁이인 것이다.
그러나 세상에 이렇게 매력적인 겁쟁이가 있을까.
이 이야기는 무엇보다도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시라세 아키라의 모습은 이른바 니트, 프리터, 오타쿠로 대변되는 사회 부적응 세대의 모습이다.
꿈은 없고 취미만 남은 게으른 인간의 모습이다.
능력은 상당히 과장된 면이 있지만 그의 모습, 심성은 오타쿠의 것이다.
그렇기에 그의 모습은 아무런 메세지도 전하지 않건만 거기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심금을 울린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 작품을 히어로물로 분류하는 것이다.
게다가 아무런 결론도 내지 않았다, 그런 의미에서는 5화에서 뚝 끊겨버린 것이 좋은 지도 모르겠다.
기타 감상 포인트
- 시대를 앞서간 애니 (제작 2003년)
- 절묘한 카메라 앵글
- 로리 애니메이션이 아닙니다. 헤타레 로리콘 애니메이션!
- 체위 박사 아키즈키 클론들(?)과 거유 영화 배우 이자벨 아쟈니
- 예산이 남아서 짜투리 예산으로 만들었다는 소문의 뱅크 애니
- 통한의 5화 조기 종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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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시험을 망치게 해 준 고마운 애니.
...시험 당일에 애니로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내가 나쁜 건가?